1. 사제동행
오전 마지막 수업이 끝났다. 여느 때처럼 상대 옆문으로 나와 서성이고 있었다. 늙다리 복학생과 함께 밥 먹을 또 다른 늙다리 복학생을 찾으며. 그러다 내 이름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방금 마친 수업을 담당하시는 교수님이시다. 수업 안들어가고 뭐하냐며 말을 걸어오셨다. 다음 수업까지 시간이 남아 밥 먹으러 가려던 참이라며, 능청스럽게 인사를 드렸다. 교수님께서 당신도 점심식사 전이라며 같이 먹자고 하셨다. 어디를 갈까 하다 교직원 식당으로 향했다.
식사를 기다리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업의 진도에 대한 이야기며, 요즘 결석률이 높아진 것에 대한 교수님의 걱정, 향후 수업 일정에 대한 이야기 등... 자신이 진행하는 수업에 대한 학생이자, 학교 후배에 대한 교수님의 애정이 묻어났다.
식사를 하며 내 진로에 대해서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고시에 진입할 마음을 갖고 있으며 늦지 않은 시기에 진입할 예정이라는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서 최근에 갖고 있는 고민까지 다소간 털어 놓았다. 그 고민은, 배우고 싶은 것이 많은 것에 대한 고민이다. 아직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전이라서 그런지 자꾸 주변 학문들에 눈이 돌아간다. 지적인 호기심인지 아니면 지적인 '허영심'인지, 어느 하나 제대로 공부하고 힘든 짧은 대학 4년 동안에 배우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통계학도 배우고 싶고, 경제학도 배우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컴퓨터도 더 공부하고 싶다. 미치겠다. 하고 싶은 것을 하라,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라는 조언에 비추어 보면 답은 명확하게 나오지만, 공직으로 나가고 싶다는 마음을 먹은 것도 그 조언을 통해서 얻은 결정이기에 "둘 다 하고 싶은 때는 어떻게 하나"에 대한 답을 내기 위해서는 또 다른 준거점이 필요하다. 그게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겠다. 오늘 교수님과 대화를 통해서 명확한 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어렵게 내린 내 결정을 응원하는 진심어린 조언은 얻을 수 있었다. 다소 흐트러진 마음을 다시 세워야 겠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백양로 공사 현장을 비롯하여 학교 일대를 함께 돌아다녔다. 교수님께서는 30년 전의 학교를, 나는 3년 전의 학교를 추억했다. 그리고 그 추억 속의 공간이 기억 속에, 역사 속에만 남아있음을 아쉬워 했다. 시원하게 뻗어 있던 백양로 은행나무가 자라던 자리에 새로 나무가 '세워져' 있고, 학교 역사와 함께 했던 용재관이 '존재하던' 자리에 또 건물 하나가 올라가고 있다. 같은 자리에 같은 외양의 것이 자리를 잡고 있지만, 그 곳에 남아있던 역사와 추억까지 가져다 놓지는 못한다. 2012년 봄 중간고사를 마치고 동기들과 노상 술판을 벌였던 공대 앞 잔디밭도 그곳에 잔디밭이 있었는지 기억조차 못할 정도로 바뀌어 있었다. 교수님과 나는 백양로가, 학교가앞으로 더 예뻐지겠지..라며 서로를 다독이며 쓴 커피 한 잔을 들었다.
참... 교수님과 이렇게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눠본 것은 지금까지의 대학생활 중 처음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지금까지 기억할 수 있는 기억 속에서는 그렇다.) 먼저 인생을 살아보신, 삶의 선배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배울 수 있어서 뜻 깊은 하루였다. 감사합니다!
2. 동기동행
동기 한 명이 오늘 생일이었다. 덕분에 동기 몇몇과 함께 술자리를 했다. 이 친구들을 처음만난게 2010년 12월이니까... 어유 꽤 오래되었다.
생일축하한다! 종종 보지만 함께 술 한 잔 할 수 있어서 좋았다!
3.
철저한 계획과,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마음 가짐을 한 번 다시 가다듬을 때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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