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오슝 여행을 준비하면서 숙소 근처에 카트 레이싱 서킷 한 곳을 알게 되었다. 좋은 경험이 될 거 같아 klook으로 예약했다. 뭐,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경험이지만, 그렇다고 대만에서 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 아침 일찍 서킷으로 향했다.
카트 레이싱을 끝내고는 다시 치진으로 갔다. 낮에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그곳으로 이끌었다. 어제보다 많은 관광객으로 한껏 활기찬 분위기였다. 전기 자전거를 빌리고 치진 해안가를 달리며 그 활기 속에 나를 던졌다. 구름이 가득한 날씨가 아쉬웠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조금 이르게 치진 섬을 벗어나 영국 대사관을 거쳐 보얼 특구, 그리고 예정에 없던 써니힐 카페를 끝으로 둘째날 일정을 마쳤다.
1. 스즈카 서킷
간단한 등록과 교육을 받으면 서킷에 들어갈 수 있다. 코너에서는 속도를 줄이고, 인-아웃-인 순으로 레코드 라인을 따라 운전하라는 기초적인 내용이다. 교육을 받으며 안전운전을 하리라 다짐했지만, 실제 서킷에 들어서자 욕심이 났다.
카트는 외풍을 막아줄 수 있는 차체 없이, 거의 바닥에 바짝 붙어있다. 속도감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아, 시끄러운 엔진소리와 진동이 쾌감을 더했다.
아, 여기서 에피소드 하나. 첫 사이클은 앞 카트를 따라 조심스레 몰았다. 그 후 조금 욕심이 나서 추월을 시도했다. 직선 구간에서 추월을 시도했으나 코너 진입 구간에서야 실제로 추월할 수 있었다. 다소 위험했지만 쾌감이 있었다. 그렇게 주행을 마치고 나오니, 내가 추월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 양반이 나에게 중국말로 뭐라뭐라 했다. 대충 표정을 보니 많이 놀란 기색이던데, 아마 '너 때문에 위험했잖아!' 내용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과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드렸다. 안전이 중요하다. 혹 경험해 보실 분은 주의.
짧은 체험이었지만,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도를 해봤다는 점에서 꽤 만족스러웠다.
2. 치진을 다시 한 번_고웅등대 & 포대
치진으로 가는 길에 미려도 역을 지나게 되었다. 한 쪽에 놓인 피아노에서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왔다. 가까이 가서 보니, 어느 신사가 선율을 뽑아내고 있었다.
치진에서 타고 다닌 전기자전거. 혼자 다녔지만 카메라 가방이 무거워 둘이 타는 걸로 빌렸다.
고웅등대. 언덕을 한 참 올라갔지만, 공사중. 담장 너머로 보이는 풍경을 보는 데 만족해야 했다. 저 멀리 보이는 곳이 대만중산대학이다. 비교적 근경에 보이는 곳이 영국 영사관.
털레털레 걷다 보니, 바로 옆에 있는 포대에 도착했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뷰가 좋았다. 무엇보다 요새처럼 만들어진 포대의 모습이 꽤 웅장했다. 어떻게 찍어도 그 웅장함을 온전히 담기 어려웠다.
3. 2. 치진을 다시 한 번_달려라 달려
해안가를 따라 전기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코스가 있다. 오른쪽에 바다를 끼고 신나게 달렸다. 이국적인 모습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겨울에 와도 좋지만 여름에 오면 더 아름다울 듯 싶다. 푸른 바다와 검은 모래사장, 그리고 삐죽한 푸른 잎을 가진 이국적인 나무가 어우러진다면, 캬.. '살아 있는데..'
낮에 방문한 치진섬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페리 선착장 출구에는 전기자전거.스쿠터를 빌려주겠다며 영업하는 아재들과, 또 빌리려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곳곳에 보이는 한국어 안내문구와, '여기야 여기!'를 외치는 영업 아재의 목소리에 웃음이 났다. 반갑고 또 귀엽기도 해서.
다니는 내내 날씨가 흐렸다. 밤에 왔을 땐 흐린 줄도 모르고 야경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는데, 낮에 오니 날씨가 흐린 게 못내 아쉬웠다. 그래도 뭐, 다음에 한 번 더 오지 뭐.. 하는 생각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계획대로만, 모든 것이 만족스럽게 한 번에 착착착 맞아들어간다면 사는 게 재미가 없지 않나 싶다. 한 번 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일이라면 그 기회를 다시 한 번 얻기 위해 노력하면 될 것이고, 불가역적인 일이라면 이미 선택한 길 위에서 또 다른 만족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단, 내 선택이 불가역적인 것이라고 지레 단정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일은 '다시' 한 번은 가능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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