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소회

일상의 편린 2019. 9. 16. 23:36
할머니 묘소에 술잔을 올리고
기억마저도 아득한 할머니 모습을 그리며
그 주변을 서성인다.

웃자란 풀 몇 포기 솎아내고
성긴 잔디 쓰다듬으며
할매, 내 왔니더
나즈막이 불러본다.

오뉴월에 귤을 찾던, 철 없는 손자
벌써 이 만치 컸다고
이름 석자 적힌 명함 쑥스럽게 내어 보인다.

매해 명절이면 찾아왔는데
올해 추석엔 기분이 새삼 다르다.

-

돈을 벌면 꼭 하고 싶었던 것이 있다.
명절에 부모님께 선물.용돈을 드리고 싶었다.

올 추석에는 그리할 수 있었다.

어무이한테는 좋은 화장품 세트를,
아부지한테는 용돈을 드렸다.

동생은 노트북을 바꿔줄까 했는데
그것 보다는 의자가 필요하다길래
그리하자 했다.

나나 내 동생 키우면서
어쩌면 당신들을 위한 많은 것을 포기하셨을 부모님.

그리고
많이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내 절친, 동생.

그걸 다 갚을 수는 없겠지만
조금씩이라도 갚아야지.

-

직장을 구했다는 소식을 들은 집안 어르신들께서
한 마디씩 해 주신다.

 - 축하한다!
 - 고맙다!
 - 얼른 짝지 찾아서 결혼해라!

뭐가 고마운 걸까..  잘 모르겠다. 하하;;

결혼은.. 그것 보다는 연애부터.
그리고 결혼하려면 돈 모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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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Tang

생각이 많을 때는 정리하려고, 생각이 필요할 때는 찾아보려고, 가끔 끄적여 봅니다.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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