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소회

일상의 편린 2019. 8. 3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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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하지 못할 줄 알았다.

그렇지만 어찌어찌 길었던 대학생활이 끝났다.

 

아직은 추웠던 2011년 3월,

곤색 파카를 입고 학교 정문을 통과했던 어떤 추레한 시골 소년은

여름의 끝자락이 가을 바람에 날리던 2019년 8월의 어느날,

학교 곳곳에 기억과 흔적을 남겨두고 떠난다.

 

대학생활의 전반부를 함께 했던 연희관.

점심시간이면 동기들과 모여 배달음식을 나눠 먹었던 과방.

수업을 앞두고 자장면, 탕수육에 빼갈을 함께 빨았던 빌링슬리 앞.

그냥 같이 앉아만 있어도 좋았던 청송대.

밤샘 시험공부를 했던 사회대 독서실.

 

그리고

대학생활의 후반부를 함께한 상대, 그리고 경영관.

열심히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준 상별.

혼자서 정적 속에 걷던 것이 익숙한 기숙사 가는 오솔길.

벗어나고 싶었던 기숙사.

 

더이상 그곳은 현재가 아닌 '과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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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전 졸업식을 생각하면서, 홀로 머릿 속에 그려본 장면이 있다.

내 졸업가운과 학사모를 부모님께 입혀드리고 사진을 찍는 장면을 그려왔다.

그 오랜 바람을 오늘에야 이룰 수 있었다.

덕분에 잘 길러주셔서 감사하다고, 이 졸업가운 한 번 입어보시라고...

부모님 당신의 땀과 눈물이 담겨 있는 졸업가운, 한 번 입어보셔야 되지 않겠냐고...

 

함께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홀로 자취방으로 돌아와, 그 사진을 찬찬히 뜯어보니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사진에 시간이 맺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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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T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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