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연수가 끝나고 일주일 간 하계휴가를 받았다. 뭐, 이 때가 아니면 해외에 나가기 어렵다는 말을 듣고 여행지를 알아봤지만 만족스러운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서울 모처 호캉스,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그냥 포항 등등 여러 선택지를 고민하다가 부산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대학 새내기 시절, 5월 초 연휴를 틈타 다녀왔던 3박 4일 간의 부산여행이 꽤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 때 나는.. 금요일 1교시 '시각예술의 이해' 수업을 듣고는 무궁화호 기차에 몸을 실었다. 찜질방에서 잠을 자고,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부산 곳곳을 구경했다. 오랜만에 혼자 떠났다는 묘한 긴장감과, 좋아하는 바다를 실컷 볼 수 있다는 설렘 속에 시간을 보냈다. 그 강렬한 기억이 이따금 나를 부산으로 이끈다.
그 이후로도 부산은 종종 다녀왔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무박 2일로 다녀오기도 했고, 군 휴가를 나와서 혼자 보수동 책방골목, 서면 맛집을 돌아다녔다. (아, 그 땐 부산에 사는 고향 친구가 꽤 도움을 줬었다.)
그렇게.. 어쩌다 보니.. 또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부산을 다녀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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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찾아온 부산은 꽤 달라져 있었다. 뭐, 해운대랑 광안리에 온 건 거진 7~8년 만이니까..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해운대역에서 해수욕장으로 향하는 길과, 금련산역에서 광안리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은 모두 말끔하게 잘 정돈되어 있었다. 좁았던 길은 넓어졌고, 번잡하던 상점도 깔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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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오후에 일이 있어서 출발이 늦었다. 거기에 비행기까지 연착되어... 결국 자정이 되어서야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몸도 마음도 다소 지친 상태로 숙소에 짐을 풀었다. 간단하게 야식을 먹고, 밤 바다 구경에 나섰다.
못 보던 높은 건물이 서 있었다. 내 기억 속의 저 뷰는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기억되어 있다.
생각과는 다른 모습에 낯설긴 했지만, 나름의 멋은 있었다.
내가 온 곳이 해운대가 맞다고 알려주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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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이끌려 거진 한 시간 넘게 해운대를 걸었다.
밤 바다의 매력은 파도소리가 아닐까 싶다.
어두워서 바다가 잘 보이지 않으니, 시각보다는 청각에 집중하게 된다.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시커먼 저 곳에 바다가 있다고, 바다는 파도소리로 외친다.
끊임없이 외치는 에너지, 자연의 힘에 경외감마저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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