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OCN에서 영화 '분노의 질주'를 처음 봤다. 화려한 스포츠카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웅장한 엔진음, 그리고 곁들여진 액션에 반할 수 밖에 없었다. 같은 경로로 분노의 질주2도 재밌게 본 뒤로 새 작품이 개봉될 때마다 영화관에 가서 꼭 챙겨봤었다. 매 작품마다 공유하는 화려한 레이싱 신은 내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었다.
그러나 분노의 질주의 네번째 작품을 보고는 다소 실망했었다. 갑자기 '가족'이라는 개념이 영화에 파고들면서 영화가 다소 지루해졌기 때문이다. 이후 작품에서는 보다 현란한 액션에 중점을 두길 기대했지만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그 컨셉트를 계속 이어갔다. 오늘 보고 온 일곱번째 시리즈까지.
오늘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느낀점은, 네번째 시리즈에서 새롭게 부각된 '가족'을 아주 잘 풀어냈고 여타의 액션/레이싱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감동까지 아주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다는 점이다. 액션이 더 화려해지면서 재미와 감동을 둘 다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이 영화는 주인공인 폴 워커의 유작이다. 영화 촬영 중이던 지난 2013년 11월, 폴 워커는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이후 그의 출연 장면은 다른 배우가 연기하고 그의 얼굴을 합성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영화 말미에는 폴 워커가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준 모습을 편집하여 보여준다. 아마 그를 기억하고 싶은 출연 배우와 제작진의 소소한 선물은 아닐까. 더 이상 스크린에서 그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프다.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
덧) 분노의 질주 시리즈 첫 작품이 개봉된 이후 이번 일곱번째 작품이 나오기까지 14년이 지났다. 그 시간의 흔적은 배우들의 면면에서도 드러난다. 짱짱했던 빈 디젤과 미셸 로드리게즈는 얼굴에 주름이 보인다. 마냥 장난꾸러기 철부지 같던 그네들도 이젠 푸근한 아저씨, 아줌마의 모습을 보여준다. 초기 멤버들이 지속적으로 시리즈에 출연하면서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니, 정말 그 친구들이 가족인 것처럼 느껴진다. 친구로 만나 둘도 없는 가족이 된 그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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