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10

일상의 편린 2015. 2. 10. 21:46

# 전역 후 지금까지 이렇다 할 활동이 없었다. 때문에, 전역한지 4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내 마음가짐이나 고민거리와 같은 감정적인 이야기를 할 때면 군 복무시절의 내 모습을 꺼내보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다음달로 다가온 개강을 마주한, 가장 가깝게로는 당장 내일로 다가온 수강신청을 마주하고 복학을 고민하는 지금도 그렇다.

2년이라는 시간은 사실 어떤 일을 해도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긴 시간이다. 굳이 군대가 아니더라도. 지난 나의 2년은, 나만이 갖고 있는 기술을 토대로 2년 동안 조직에 복무하며 직무에서 느낄 수 있는 보람과 인간관계에서 느낀 환멸과 진리로 가득 차 있었다. 짧지 않은 그 시간동안, 나는 그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보람, 환멸, 진리를 마음 한 켠에 차곡차곡 쌓는 동시에, 전역을 하고 나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끊임없이 고민했다.

자대 전입 후 첫 1년 간, 그 때는 얼른 전역하고 학교에 가고만 싶었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고, 그 공부를 지원해주는 든든한 도서관이 있는 그 곳. 유익하게 보냈던 새내기 시절을 추억하며 다시 한 번 그 날의 설렘을 느끼고 싶었다. 나가서 공부해 보고 싶은 분야를 죽 적어보기도 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후순위로 밀려났던 책들을 끈덕지게 읽었었다.

시간이 지나고 현실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하자 복학에 대한 동경은 예전에 비해 많이 수그러들었다. 치열한 일과시간을 보내고 생활관으로 돌아와 밖의 소식을 들어보면 세상은 잿빛과 같았다. 그 소식을 접하면서 복학을 해도 걱정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일신을 누일 곳을 찾지 못해 힘들어 하는 대학생, 먹고사니즘이 무엇인지 사회적 안전망의 사각지대에서 그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사회 초년생의 이야기. 평범하게 사는 것이 지상난제가 되어버린 사회의 소식을 듣고는, 나는 그 잿빛 세상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애써 외면하며 또 한편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대한 고민을 유예해 갔다.


# 덜컥 전역을 하고 나니 그 잿빛 속에 내가 있었다. 복학예정자가 되었다. 학교에 나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하다. 복학해서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을 잘 하길 기대하는 것일까. 

적어도 대학에서의 공부는 내가 원하는 것을 배우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대 전에 학교를 다닐 때도 그 마음가짐으로 다녔다. 좋은 수업을 통해서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다는 그 즐거움 덕분에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배운다는 것은 정말이지 즐겁다. 건방져 보이지만 나는 그 재미를 안다. 그랬던 내가 올해 복학을 앞두고 시간표를 짜면서 내가 배우고 싶은 수업보다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는 수업을 고르고 있다. 가서 수업을 듣고 뭔가를 배울 생각을 해야하는데, 현재 내가 갖고 있는 역량을 토대로 가서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을지부터 고민하고 있다. 어느새 배운다는 학생의 자세보다는 진학/진로의 늪에서 고민하는 선배들의 고민을 과하게 적극적으로 내면화 하기 시작했다.


# 미리 미리 고민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허나, 냉정하게 봤을 때 지금 내가 하는 고민은 너무 '과하다.' 나를 믿고 다가올 미래를 마주해 본다면 그 나름대로의 길이 또 보이지 않을까. 나를 믿고 조금 더 당당해질 시점이다.

2년 만에 돌아가는 학교이자 전공을 바꾼 첫 학기다. 초심으로 돌아가 공부를 즐길 수 있는 한 학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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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T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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