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셋째 날 _ 대영박물관 / 테이트모던 / 셜록 홈즈 박물관 / 노팅힐
셋째 날의 런던. 꼬여버린 계획 때문에 동선이 많이 길어졌다. 그렇지만 런던에서 가장 재밌었던 날로 기억에 남아 있다. 숙소에서 주섬주섬 아침을 챙겨먹고 대영박물관으로 향했다.
ㅇ 대영박물관
대영박물관으로 향하며, 어릴 적 재미있게 봤던 영화 '미이라(Mummy)'시리즈를 되새겨 봤다. 이집트 문명이 갖고 있는 독특한 내세관이 나의 흥미를 끌었더랬다. 미이라니, 피라미드니, 태양신을 비롯한 각종 신(神)들이니 하는 일련의 스토리들이 그렇게 흥미로울 수 없었다. 그런 관심이 영화 '미이라'를 열 두번도 더 리바이벌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니었나 싶다.
대영박물관에 들어서면 일단 규모에 놀랄 수 밖에 없다. 전시물 하나 하나 곱씹으면서 감상하다가는 하루 꼬빡 샐지도 모른다. 고로, 전략적으로 관람을 해야하는데 박물관에서 제공하는 오디오 가이드와 팸플릿을 활용하면 효과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안내하는 전시실은 이집트 전시실이다. 전시실에 진입하면 로제타 스톤을 볼 수 있다.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와 언어학자 상포리옹이 밝혀낸 음가를 토대로 해독한 내용이 잘 설명되어 있다.
람세스 2세의 석상
정말이지 두근대는 가슴 안고 봤던 미이라 전시실. 이집트 사람들이 갖고 있던 내세관에 대해서 이해하고, 또 미이라에 대해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모아이 석상도 볼 수 있었다.
ㅇ 테이트모던
현대미술을 주로 다루는 미술관이었다. 난해한 현대미술이지만 그 중에서도 피카소, 막스 에른스트 등 면면이 낯익은 작가, 작품들이 있어 그리 지루하지 만은 않았다.
런던을 비롯한 유럽 각지의 유명한 미술관을 다니면서 이런 광경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유명 작가의 작품 앞에 앉아서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며 직접 그려보닌 학생들의 모습.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 관람하는 사람들도 별 불만없이 보고 지나갔다. 여유가 있는 모습, 유명 작가의 작품을 손쉽게 마주할 수 있다는 그들의 문화적 접근성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테이트 모던에서 봤던 작품들 중 인상깊었던 작품 중 하나다. Leon Golub의 Vietnam ll 라는 작품이다. 처음 이 작품을 봤을 때는 제목을 모르고 봤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힘있는 붓터치로 그린 그림이고, 또 누가봐도 어마어마한 규모의 그림이었기에 자연스레 그림에 다가가게 되었다. 그림에서 담고 있는 모습이 어떤 것인지 알고난 뒤에는 전쟁을 거부했던 작가의 의도가 무척이나 와닿았다. 그림 좌측에는 군인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고, 반대 쪽에는 전쟁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가운데는 비어있다. 베트남 전쟁 상황을 극단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베트남 전쟁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었다.
뒤뷔페의 Busy Life라는 작품. 작가 자기 자신도 그림의 어떤 점이 자신에게 만족감을 주는지 설명하기 힘들다라고 말할 정도라는데... 자유분방하다 못해 그 자유분방함이 외려 압박감을 주는 듯이 보인다. 1953년 작인데. 오늘날 Busy life를 그리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
Untitled Painting. 캔버스에 거울을 가져다 붙여 놨다. 작품 앞에 서면 관람자 자신의 얼굴이 비친다. 의도가 뭘까. 캡션을 읽어봐도 아직은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
테이트 모던 한 켠에서 백남준 작가님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부끄럽지만 비디오 아트를 여기서 처음 봤다.
ㅇ 셜록 홈즈 박물관
테이트 모던을 뒤로하고, 셜록 홈즈 박물관으로 향했다. Baker Street 221b. 거기다. 소설 속의 공간이었지만 1930년대에 실제로 만들었단다. 현재 그곳에는 박물관이 위치해 있다. Baker Street 역에 내려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는 곳으로 가면 어느 정도 찾을 수 있다.
이 골목은 아니다. 처음에는 맞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러나 그 골목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들어가서 표를 끊고, 좌측 계단으로 올라가면 '그' 방이 나온다.
금방이라도 홈즈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 아래에는 기념품점도 있으니 구경해 볼만 하다. 가격은 쎈 편.
ㅇ 노팅힐
영화 노팅힐을 재밌게 본터라, 무리해서 다녀왔다. 일정 상 야간에 도착하게 되어 북적대는 거리는 아니었지만 밤 걸도 나름 운치있었다. 곳곳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을 준비하는 모습들도 눈에 띄었다.
저기가 그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이 살았던 Blue Door인데, 정말 그냥 파란 문만 있다.
남자 주인공이 일했던 서점은 식료품 가게로... 헛헛..
유쾌했던 셋째 날이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