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둘째 날.

다녔던 곳 2014. 12. 27. 23:20

런던 둘째 날 _ 웨스트 민스터 사원 / 내셔널 갤러리 / 코벤트 가든 / 세인트폴 대성당 / 밀레니엄 브릿지

생각보다 성공적으로 유럽에서의 첫 날을 보냈다. 버튼을 누르고 기다려야 하는 신호등, 그 신호등 조차도 무시하고 빨간불에 당당하게 길을 건너는 영국 사람의 모습과, 길을 건널 때 왼쪽이 아닌 오른쪽을 먼저 봐야하는 어색함이 아직 익숙하지는 않지만 어느 새 마치 런던에 유학온 학생인양 그들처럼 행동하는 나를 볼 수 있었다. 

비가 촉촉히 내린 런던 골목길을 지나 웨스트 민스터 사원에 도착했다.

ㅇ 웨스트 민스터 사원

아찔할 정도로 높게 솟은 고딕양식의 사원. 위엄이 압권이다.




사원 내부에서는 사진을 몇 장 찍지 못했다. 와~와~ 하면서 목이 꺾일 정도로 둘러보느라 바빴다. 그 중 스테인드글라스는 단연 압권이었다. 바티칸 시국 성 베드로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 비하면 수수한 편이지만, 저 당시에는 처음 보는 작품이었으니 그저 대단해 보였다.

성당 곳곳에는 역대 영국 왕을 비롯해 처칠, 셰익스피어 등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들의 묘비와 기념비가 위치해 있었다. 역사를 잊지 않으려는, 곧 그들의 업적과 가르침을 잊지 않으려는 마음이 엿보였다.

ㅇ 내셔널 갤러리

유럽의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영국의 내셔널 갤러리. 트라팔가 광장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유럽 여행을 준비하면서 서양미술사 책을 두 번 정도 읽었다. 기억에 남는 것이라곤 화가 이름과 정말 인상깊었던 미술 사조 한 두개 뿐이었지만 꽤나 도움이 되었다. 책에서 한 번쯤을 본 듯한 작품을 직접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중세 미술보다는 비교적 최근의 미술 사조, 인상주의와 신인상주의 작품을 좋아해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봤다. 조르주 쇠라가 점묘법으로 그린 작품들과,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해바라기'를 비롯한 여러 작품들이 단연 압권이었다. 흔히들 말하는 '스탕달 신드롬'은 없었지만 꽤나 유익했던 경험.




ㅇ 세인트 폴 대성당

내셔널 갤러리를 나와서 세인트 폴 대성당 쪽으로 걸었다. 코벤트 가든을 지나 걸어가는 길에 왕립 재판소 앞을 지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무슨 성당인가 했었는데, 자세히 보니 왕립 재판소였다. 위엄 최고.


갈길이 멀다. 부지런히 걸었다. 빌딩들 사이로 백악관 같은 돔형 건물이 하나 보였다. 바로 세인트 폴 대성당이었다.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한 성당이라. 이질적이면서도 도심에 폭~ 안긴 듯한 모습이 안정적이고 아름다워보였다. 시간이 늦어 돔에는 올라가 보지 못했지만 성당의 위엄을 느끼기에는 성당 1층도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ㅇ 타워 브릿지

세인트 폴 대성당을 거쳐 런던 타워로 가는 동선을 짰다. 그러나... 시간 배분을 제대로 못해 런던 타워는 바깥만 구경하고 대신 타워브릿지 야경을 얻었다.(DSLR에 익숙해 지기 전이라 사진이 영 엉망이다. ISO 조절을 신경쓰지 못해 노이즈 작렬...)


ㅇ 밀레니엄 브릿지

여행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여기에서부터 진작에 알았다. 그저 발 가는대로, 되는대로 여행하자는 마음을 먹은게 이 즈음일거다. 부지런히 걸어 옆 선착장에서 River Bus를 타고 맞은 편으로 건너갔다. 밀레니엄 브릿지를 보고 테이트 모던에 갈 계획이었는데, 시간이 늦어 테이트 모던을 다음날 일정으로 미뤘다.



반대편에서 보이는 세인트 폴 대성당.


밀레니엄 브릿지 모처에 걸려있는 자물쇠. 영원한 사랑을 염원하는 자물쇠는 만국공통인가봅니다.

예정대로 되지 않는 둘째 날이었지만, 붕 떠버린 시간 덕분에 영국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더 잘 녹아들 수 있었던 하루였다. 밀레니엄 브릿지 초입에 있는 땅콩파는 친구에게서 땅콩 한 컵 사서 먹으며 런던 길거리를 쏘다니는 재미란. 런던 길거리에서는 길거리 공연을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너른 광장에는 항상 그들이 있었다. 

내셔널 갤러리 앞에서 봤던 광경이다. 가로줄무늬 옷을 입은 아저씨가 노래를 부르고, 그 옆에 서 있는 꼬마가 DJing을 하는데 그 방법이 참 기막혔다. 꼬마에게 특정 단어가 나오면 스마트폰을 터치하라고 이야기를 해 둔다. 그리고 아저씨가 노래를 부르면 특정 단어가 나올 때마다 꼬마가 스마트폰을 터치하고 그 때마다 음악이 일시정지되었다가 다시 재생되길 반복한다. 물론 제대로 되지는 않았지만(ㅋㅋ) 모두가 하하 웃고 즐기면 그만 아닌가.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을 정도로 유쾌한 분위기였으니, 성공적인 공연이라고 할 수 있겠다.

런던은 분주할 것만 같았다. 또 다들 부티나게 잘 살줄 알았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에게 없는 듯해 보이는 여유를 그들은 갖고 있었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불우하게 지내는 사람들 역시 시내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마냥 낭만적이지만은 않은, 그 곳도 역시 사람사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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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T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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