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 블로그 어딘가에도, 일 년에 한 번은 부산을 꼭 간다는 내 습성이 기록되어 있으리라. 작년에는 마음의 병이 심해 그럴 여유가 없었는데, 올해는 생각보다 빨리 그 시기가 찾아왔다.

근 10년 전 홀로 떠났던 부산여행과 이번 유랑을 비교하자면, 아쉽게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조금 더 고급진 숙소에서 묵는다는점과, 돈을 쓰는 데 부담감이 덜해졌다는 것만 빼면.
숙소는 켄트호텔로 잡았다. 바다가 보이는 전망으로 예약했는데, 기대했던 뷰는 아니었다. 그래도 침대에서 맞는 아침햇살 모닝콜과 저녁에 홀로 홀짝거린 샴페인 안주로는 손색이 없었다.

그간 혼자 여행을 다니면서 누가 옆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그리 크게 들진 않았다. 혼자 생활하고, 또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에 익숙했다. 계획을 세웠다면 거기에 맞게, 그러지 않았다면 매 순간마다 마음 가는대로 다닐 뿐이었다.

이번에는 느낌이 좀 달랐다. 내 짝, 내 사람과 함께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에 스쳤다. 광안리 백사장에는 때이른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구름이 적당히 햇살을 가리고, 바닷바람은 적당히 시원했다. 파라솔 아래에는 식구들끼리 옹기종기 모여앉아 자신들의 귀여운 미니미를 은은한 미소 띤 얼굴로 바라봤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가 섞인 그 곳의 분위기는 -멀리서 볼 때- 꽤 행복해 보였다.
암수가 서로 정답게 서로의 발자국을 따라 걷는 모습 또한 달리 다가왔다. 예전 같았으면 그러려니 했을 모습인데,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내 커리어와 삶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 때문에 누구를 만날 여유가 없다며 자의 반 타의 반 만남을 미뤄왔던 내 모습이, 과연 적절했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마치 고교시절 공부에 방해가 될까봐 연애를 미뤘던, 그런 심리상태와 꼭 닮아있는 거 같다.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는 했고, 그게 반드시 공부와 병행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는 경험칙으로 검증된 기억도 남아있긴한데...
학습과 성장이 삶의 전부는 아니다. 삶 속에는 여러 카테고리가 있고, 그 것은 수 많은 카테고리 중 몇 개 일 뿐이다. 연애도 마찬가지고. 각 카테고리는 배타적이지 않으며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잠식하지 않는다. 어떻게 매니징 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병존과 강화가 가능하다.
그간, '연애는 무슨..'이라며 스스로 카테고리를 제한해 왔다. 이제는 그 스탠스를 좀 바꿔보려고 한다. 뭐, 스탠스를 바꾼다고 그 즉시 무슨 일이 생기진 않겠지만.
쓸데없이 생각만 뻗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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