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아.....
세상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싶다.
지금 이대로 살다가는 내가 세상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나에게 맞추려 들 것만 같다.
사회의 불합리를 바꾸고 싶다고, 더 나은 사회로 만들고 싶다고한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으... 이 놈의 똥고집...
2.
지난 해 중순에 집에 도둑이 든 적이 있었다. 3개월이 지난 뒤에야 어머니를 통해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의 얼마 남지 않은 결혼 예물과 현금 일부를 도난 당했던 것이다. 이에 당시에 아버지께서 관할 지구대에 '신고'목적으로 방문하여 파출소장과 이야기를 나눴으나, 나중에 확인 한 바로는 그 때 관할 지구대에서 정식으로 사건접수 처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야 알게 되었다.
열이 받은 나는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올려 영주경찰서로부터 답변을 받았다. 사건이 접수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 바로 이 때다. 신고를 하러 갔던 아버지와 이야기까지 나눠놓고는 신고 접수도 하지 않았던 게다. 민원 담당 경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욕이 목구멍까지 차 올라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뒤늦게 경찰서에서 집에 방문하여 아버지 명의로 신고 접수를 받아갔다. 그리고 그들은 순찰강화와 범인 검거에 최선을 다하겠노라고 약속했다. 그렇게 일단락이 되는 듯 보였다.
그렇게 다시 시간이 흘렀다. 한 3개월 지났나. 그 때까지 아버지께서는 해당 사건과 관련하여 아무런 추가적인 연락을 받은 것이 없다고 이야기 하셨다. 뭐 그럴 수 있다 치자. 그러던 중, 다시 한 번 도둑이 들 뻔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당까지 들어온 개새끼가 어머니의 고함소리에 놀라 헛소리만 남기고 도망갔단다. 순찰강화니 뭐니 다 헛소리였던건가. 나는 재차 민원을 넣었다. 이번에는 권익위로, 지금까지 진행상황에 대한 보고 요청과 함께.
이와 관련한 연락이 왔다.
요는,
- 사건 신고자인 아버지에게만 수사관련 정보가 제공된다. 민원을 제기한 나에게까지 알려줄 의무는 없었다.
- 담당자는 영주경찰서장 명의로 경고조치했다.
- 순찰을 강화하는 것, 그것이 곧 불미스러운 일이 있을 바로 그 자리에 경찰이 그곳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 순찰을 강화하는 것에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하겠다.
- 현재 수사 진행 정도를 파악 후에 다시 전화를 드리겠다.
정도.
이에 나는, 비슷한 일이 재차 발생할 뻔 했다는 것이 순찰이 제대로 되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것이 아니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당시에 경찰이 그 자리에 있을 수는 없어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계를 강화하고, 강력한 범죄 억제력을 제공하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느냐. 라고 하자... 그 상식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것이 범죄자들이다.(응?) 현실적으로 인력이나 장비 면에서 한계가 있음을 이해해 달라는 답변을 받았다. 전형적인 예산부족 레퍼토리. 빠질 수 없는 클리셰.
통화 간에 열이 뻗쳐서 영주 경찰을 믿지 못하겠다고, 탁 까놓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전화하신 경사님 왈... 집에 CCTV를 자체적으로 달아드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 증거자료를 갖춰서 담당 관서에 신고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뭐 내가 경찰을 믿지 못한다고 이야기를 했으니 그에 대한 자구책을 자체적으로 강구해야 하는 것은 맞을테지만, 이러한 사태까지 와 버린, 그러니까 시민이 경찰을 신뢰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으로 치달은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본다면... 정말이지 아쉬운 대답이 아닐 수 없다.
비슷한 일을 두 번이나 겪고 나니 객지에서 마음편히 생활을 할 수가 없다. 물론 부모님 모두 아직 젊은 나이이시긴 하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이 닥쳤을 때 제대로 대응하실 수 있을는지..
영주. 좁은 동네다.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집인 경우도 왕왕 있고, 학교 선후배 관계로 얽힌 관계도 많을거다. 또, 순박하고 안존한 성향을 가진 지방 사람들의 특성상,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했을 때 그 부당함을 소리 높여 이야기하기 보다는 그저 '운이 없었음'이나,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이러한 사회적.문화적 특성 하에서 치안/행정 서비스를 제공해 온 영주 관내 공공기관 역시 (억측일 수 있으나) 매너리즘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여담이지만 나는 최근 10년 내 영주 발전이 더딘 것의 원인이 이러한 사회/문화적 특성에 기인한다고 본다.)
영주 도시의 규모가 작아 인간 관계의 네트워크가 상당히 중첩되어 있다는 점과, 부당함을 소리 높여 이야기하는 것이 흔하지 않은 동네라는 점을 감안 할 때, 이와 같이 민원을 두 건이나 올리면서 열을 내는 나의 모습이 이상하게 비칠지도 모른다. 나 역시...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혹시라도 아버지의 사회적인 명예에 누가 되지는 않을런지. 유별한 집이라고 입방아에 오르내리지는 않을지 걱정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 가족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안전한 삶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기에... 끝까지 소리 높여 볼란다. 그게 상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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