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과 새로운 시작, 그 어느 사이 즈음에.

매해 마지막 날, 그 해를 돌아보는 글을 쓰곤 한다. 아마 대학에 입학한 이후에 뜬금없이 생긴 취미인 듯 하다. 홀로 서울살이를 시작한 지 올해로 6년 째. 한 해 한 해 보내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곤 했었다. 군에 있을 때를 제외하면 서울에서 보냈던 시간들은 항상 무엇인가로 가득 차 있었다.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설렘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 그리고 새로이 시작한 취미생활 등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좋아하는 것을 떠나보내는 것이 언제나 아쉽듯이 추억으로 가득찬 시간을 흘려 보내는 것 역시 마찬가지 였다.

그러나, 올해는 좀 다르다. 얼른 지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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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작은 5월의 어느 날이었다. 학교 축제를 뒤로하고 연극을 보기 위해 대학로로 향했던 그 날 그 시각, 어머니께서는 아픈 몸을 이끌고 대학로 서울대학교 병원으로 향하셨다. 그렇게 AML M4를 진단 받으셨고 6개월의 항암치료를 시작하셨다. 왜 하필 우리 가족, 우리 엄마인지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괜한 걱정을 끼칠까 싶어서 어머니 아버지 앞에서는 흘리지 못했던 눈물을, 기숙사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흘렸다. 하루에도 이따금씩 울컥하는 눈물에 어금니를 꽉 깨물 수 밖에 없었고, 혹시라도 술을 마시는 날이라면 어김없이 방에 돌아와 눈물을 쏟았다. 완치가 가능하다는 의사의 말도, 괜찮다며 오히려 나를 다독이는 어머니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족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여타의 것들을 집어 삼켰으며 오직 슬픔과 눈물만을 남겨둘 뿐이었다. 

학교 - 병원 - 기숙사를 오가며 지냈다. 주말에는 병원에서 쪽잠을 잤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편했다. 그러는 사이 어머니는 네 차례에 걸친 치료를 받으셨으며 지난 주에 최종적으로 퇴원하셨다. 장기간의 요양과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긴 하나, 우선적인 치료는 잘 마무리 되었다.

(많은 분들이 헌혈증을 모아 보내주셨습니다. 매체 특성 상 실명을 밝히기는 힘들지만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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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좋은 일..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안 좋은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올 한해 고생했던 우리 가족 모두에게 평화와 안녕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렵게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니, 그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연애?

그건 뭐... 다가오는 사람 내치지는 않는 선에서만.. 딱 거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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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년 새해는 기본과 원칙이 바로 서고, 상식이 통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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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T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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