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29

일상의 편린 2015. 11. 29. 23:31

1.

스무살, 혈혈단신으로 서울에 올라와 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벌써 여섯해가 지나가고 있다. 내 집이 아닌 곳에 정을 붙이며 살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 어느 누구의 시선도 신경쓰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희열을 만끽하는 것도 한 때일 뿐, 고요와 적막으로 둘러싸인 사각의 방 안에서 아침마다 혼자 눈을 뜨는 느낌은 꽤나 비극적이다. 외출했다가 온기 하나없이 나를 기다리는 그 공간에 들어서면 편안함보다는 어색함이 먼저 느껴진다. 

일정한 기간동안 내 한 몸 뉘일 수 있도록 합법적으로 허락된 공간일 뿐, 편안히 쉴 수 없는 공간이다. 메마르고 또 고요와 적막이 넘치는 곳이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그것들에 정을 붙이면서 살 수는 있다. 객지생활 6년차에 접어든 지금, 그 공간 속에서 내가 느끼는 다소간의 우울감과 외로움은 익숙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익숙함이 서러울 때도 있다. 지금처럼 몸이 아플 때다. 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 생각보다 잘 되지 않는 난방, 누적된 피로로 낮아진 면역력으로 감기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홀로 신촌에 나가 불이 켜진 약국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감기약과 쌍화탕을 하나 사서 먹고 나니, 추웠던 몸이, 긴장되어 있던 마음이 다소 누그러졌다. 더 심해지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어보련다. 


2.

아마 다음주에 총학생회 선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우리대학 학생사회가 기성사회의 정치적 관습을 답습해 가는 모습을 보여줘 적잖이 실망하고 있었는데, 이번 선본도 '역시나'다. 출마한 두 개의 선본은 각각 비공식적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는 소위 두 개의 계파를 이어가고 있으며, 공정해야 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무게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 (의도되었든, 의도되지 않았든) 학내 방송국과 학내 대표 언론사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대표자를 뽑는 과정인 선거는 공정해야 하며, 그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선거는 정당성을 잃어버릴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공정성은 어떻게 달성될 수 있는가. 가장 쉽지만 어렵다. "기본과 상식으로 돌아가자." 명문화되어 있는 규정을 위반했다면 그에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며, 학생 대표자의 대표성을 토대로 의결된 사안은 준수해야 함이 마땅하다. 선거를 보도하는 언론인은 통계자료의 결과를 조작하는 등의 행위 없이 공정해야할 것이며 또 여타의 기사를 작성할 때보다 신중하고 조심해야 할 것이다.정히 애매하다면,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은 것은 하지 않으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한다면 두 번, 세 번의 검토와 숙고를 거쳐야 하며 그 이후에 발생할 지도 모를 '사태'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줄 도 알아야 할게다.


나는 학생사회에서 일을 해 본 적도 없고, 앞으로 할 계획도 (아직은) 없다. 그러다보니 내부의 사정이 어떤지는 잘 모른다. 물론 언론 분야도 마찬가지. 그러나 어떤 일이든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기본과 원칙', '상식'이 있다. 유권자와 대중들은 그 상식에 비추어 그들의 행동을 판단한다. 각자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맡은 바를 행했으면 좋겠다. 바로 그것이 정명(正名)이며, 그것을 통해 명분(名分)이 바로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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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T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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