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본질의 퇴색
최초 블로그 개설의 의미는, 가끔씩 들러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고자 함이었다. 사람들과의 소통보다는 나 자신과의 소통이 주 목적있던 셈이다. 여유있게 하루를 마무리 한 날에는 하루를 정리하는 글을, 바쁜 하루를 보내고 새벽까지 공부를 하는 날에는 잠깐 쉬어가는 글을,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답답할 때는 혼자만의 넋두리를 끄적이는 그런 공간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본말이 전도되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는 새 매일 매일의 방문자수를 체크하고 있었고, 또 어떤 경로를 통해서 블로그에 유입되는지 꽤나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시작했다. 혼자만의 비밀스런 글방으로 만든 블로그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는, 일견 모순된 생각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이 때문에 카톡방에 블로그를 홍보하기도 하고, 페이스북에 글을 공유하는 일도 비교적 잦아졌다. 마치..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여기저기 떠들어대지 못해서 안달난 사람처럼.
뭐.. 인간의 사회적 욕구의 발현은 자연스러운 것이니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일방향적 상호작용 공간으로 고착화된 내 블로그에서 독자의 반응을 확인할 길은 없었고, 그 때마다 나의 사회적 욕구는 충족되지 못한 채 더 강하게 발현될 뿐이었다. 그렇게 악순환의 고리는 시작되었다.
블로그를 대하는 내 태도가, 내가 최초 의도한 바와 달리 흘러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 며칠 감정적으로 우울한 기운이 드는 것도 아마 이와 무관하지 않아보인다. 공부하면서 자꾸 잡생각이 나는 것도 아마..... 당분간 포스팅을 줄이고 티스토리와 페이스북의 연동도 끊으려 한다. 뭐... 자주 찾는 사람은 어떻게라도 찾아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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